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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 82년생 김지영

2. 취미생활/- 책

by 새치미밍 2019. 5. 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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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밖에서 마시는 커피는 맛이 좋았다. 

바로 옆 벤치에는 서른 전후로 보이는 직장인들이 모여서 김지영 씨와 같은 카페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얼마나 피곤하고 답답하고 힘든지 알면서도 왠지 부러워 한참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때 옆 벤치의 남자 하나가 김지영 씨를 흘끔 보더니 일행에게 뭔가 말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간간히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나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싶다. 맘충 팔자가 상팔자야. 한국 여자랑은 결혼 안 하려고.


김지영 씨는 뜨거운 커피를 손등에 왈칵왈칵 쏟으며 급히 공원을 빠져나왔다. 중간에 아이가 깨서 우는데도 모르고 집까지 정신없이 유모차를 밀며 달렸다. 

오후 내내 멍했다. 


김지영 씨는 낮에 있었던 일들을 남편에게 얘기했다.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중략)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정대현 씨는 가만히 김지영 씨의 어깨를 끌어다 안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저 등을 토닥이며 아니야, 그런 생각 하지마, 라는 말만 반복했다.


김지영의 생애 이야기를 들은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지영을 만나면서, 또 자신보다 뛰어났던 아내가 결국 전업주부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특별한 경험과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며 자부심마저 내비친다. 

실제로 그는 수학영재였던 아내가 언젠가는 잘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자각과 성찰은 딱 여기에서 멈춘다. 

임신한 동료 상담사가 유산 위기를 여러 번 겪다가 결국 사표를 내자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라며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고 다짐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내 아내, 내 딸과 다른 여성들은 이렇게 분리된다. 그리고 내 아내와 내 딸은 내가 아닌 다른 남성들에게 '김치녀' 또는 '맘충'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책을 읽은 사람을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한다.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을 따르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페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를 뜻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페미니즘이 여성의 권리만을 옹호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김지영 씨 부부를 상담한 정신과 의사는 김지영 씨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도 그 범위를 '자신의 아내'로 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다른 성별의 입장과 사상을 이해하는 '젠더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역사적으로 기득권을 가져 온 남성들이 그 권리를 내려 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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