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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테라피스트

2. 취미생활/- 책

by 새치미밍 2024. 8. 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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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행동이 무례에 가깝다. 나는 탐신을 찬찬히 뜯어본다. 놀랍도록 아름답지만 표정에 슬픈 기운이 서려 있다. 갑자기 이 세 여자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

 

"가만... 길에 서 있지 말고 우리 집에 들어가서 커피나 한잔 하는 건 어때요?" 내가 묻는다. "다른 할 일이 없다면요."

마리아가 웃는다. "나도요. 대찬성이에요."

"난 안 돼요." 탐신이 두 팔을 들어 쇼핑 가방을 보여준다. "집에 가서 이걸 정리해야 해서요. 두 분은 나중에 봐요."

사사롭게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걸 안다. 하지만 잘 안 된다.

 

.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레오가 알았다니 어이가 ㅇ벗어요." 레오를 속였다며 벤을 탓하던 게 떠올라 속으로 뜨끔하다. "레오가 부동산 중개인한테 그랬대요. 내가 집값이 싸서 할스턴 고향집을 팔지 않아도 되니까 개의치 않는다고. 나를 완전히 냉혈한으로 만들어버렸어요."

 

"정 원하면 내가 탐신과 마리아한테 말하고 두 사람이 또 이웃들한테 말하는 식으로 소문이 퍼지게 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해줄까요?"

"네, 부탁해요. 내가 그렇게 무정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이웃들이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생각이 또 나를 괴롭힌다.

 

.

 

"... 그나저나 왜 그렇게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는 거예요?"

"이제 막 이사 왔는데 따돌림당하기는 싫어서요."

이브가 웃음을 터트린다. "따돌림을 왜 당해요!"

 

.

 

"아니, 내 말은... 왜 그 사건에 대해 더 알아보려는 거야?"

 

그녀가 인상을 찌푸린다. "그런데 왜 개입하려는 거야? 미안한데 앨리스, 사람들이 왜 그 일에 대해 얘기하기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둬. 잠자는 호랑이는 건드리는 게 아니야."

 

.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나요? '행복은 나비와 같다. 쫓으면 쫓을수록 더 멀리 도망가버린다. 하지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절로 날아와 어깨 위에 사뿐히 앉을 것이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안심한다. 이 구절은 언제나 먹힌다.

 

.

 

팀은 말수는 적지만 몹시 다정하다. 내가 접시를 나르고 치울 때 벌떡 일어나 도와주는데, 집 구조가 같다 보니 뭐가 어디에 있는지 물을 필요 없이 우리 부엌을 제집처럼 활보한다. 

 

그 때 코너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 천천히 나를 살핀다. 마치 내 마음을 읽어내, 오늘밤 자신들을 초대한 동기가 단순히 이웃 간에 우정을 다지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만 같다. 어떤 이유에선지, 어쩌면 그 이유 때문에 그가 살짝 무서워진다. 

 

.

 

내가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눈을 똑바로 맞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행복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이제 그녀가 실망하는 눈치다. 그녀도 앞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내 시선을 맞받아친다. "네." 그녀가 말한다. "소로우가 행복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잘 알죠. 그게 전부 개소리라는 것도요."

 

.

 

그녀가 책을 가지러 가고, 나는 조용히 그녀를 따라 계단을 올라간다. 

책은 윌든 . 저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다.

이래저래 소로는 언제나 효과 만점이다. 

 

 

 

하우스메이드를 읽고 추리 소설을 한 권 더 읽고 싶어서 고른 책이었다. 

가정 심리 스릴러 라는 장르로 꽤 유명한 작가의 책인데 읽기 시작한 지 하루만에 다 읽었다.

 

나름대로 범인을 유추하며 읽었는데 결국 범인찾기에 실패하고.. 마지막에 등장한 범인의 실체에 진짜 충격받았다.

 

너무 놀라서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범인은 인격 장애가 있는 사이코패스였고..

 

외국 소설에 나오는 범인들은 대게 인격적으로 장애가 있다. 결국엔 범인의 비정상적임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다 라고 마무리가 되는데, 이런 부분에서 가끔 허무함을 느낀다.

피해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받는고통에 비해 사건의 전말이 너무 간단하게 한 줄로 설명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 사실 이 책은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여자 주인공인 앨리스가 이상하리만치 사건에 몰입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집착이라고 얘기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웃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묘사가 대단했다. 

 

읽는 내내 앨리스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독자인 나도 너무 고통스러웠다..

 

"내 인생에 무언가가, 내가 살아 있고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난 그저 살아만 있으니까." 

 

앨리스는 가족을 잃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건에 집착했는데 이 또한 충격적인 부분이 있었다. 

 

+앨리스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굉장히 의식하고 신경 쓰는 사람이었는데

이 때문에 범인에게 교묘하게 이용당하고, 스스로를 거짓의 덫에 빠트린다. 

 

 

그리고 이 책이 흥미로웠던 또 다른 점은 

앨리스 시점에서의 관계 였다. 

서클 이라는 고급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12가구 남짓한 "작은 공동체" 에 이질적이지 않게 끼고 싶어하는 (잘 어울리고 싶어하는) 앨리스의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었기 때문..

 

자주 등장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행복에 관한 구절을 다시 곱씹어 보면

쫓을 수록 멀어진다 라는 말이 어느 부분에서나 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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