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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 거울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2. 취미생활/- 책

by 새치미밍 2018. 4. 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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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은 여성에게 요구되는 과정을 따르려고 노력할수록 우울해졌다. 왜냐하면 그녀가 아름다움의 표준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수록 동시에 그 아름다움에 부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애나가 이런 부조리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 기뻤다. 만약 미모에 대한 엄격하고 이상적인 기준에 묶여 있다면 울기보다는 웃으면서 그 기준을 달성하는 것이 아마 나을 테니까.

애나는 외모가 자신을 규정짓는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외모 가꾸기와 다른 사람ㄷ르의 인정을 받기 위한 외모 가꾸기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지대를 인지하고 있었다. 애나는 "그런 여자애"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당시 나는 눈썹 다듬기가 싫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가 그걸 좋아하게 될까 봐 걱정됐다. 눈썹을 다듬은 후 더 예뻐보인다고 느낀다면, 그때부터 눈썹 다듬기는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해야 할 일로 추가됐을 것이다. 나는 기존의 '해야 할 일' 목록에 그 어떤 것도 추가하고 싶지 않았다. 여러 방식으로 내 외모를 감시하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부추기고 싶지 않았다.


테니언대학 연구팀은 페미니즘이 미디어가 조장하는 이상적인 미를 내면화하는 경향을 감소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페미니즘이 여성이 자신의 몸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페미니즘은 미디어가 제시하는 미의 기준에 동조하지 않게는 해주지만 거울 앞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고에 나오는 미의 기준에 반대하는 비판적인 주장이 아무리 많아도 여성은 자신을 그 모델과 비교할 것이고 그 비교는 행복한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은 위험할 정도로 마른 모델을 고용한 광고주를 비판했지만 이 비판은 모델만큼 마르고 싶다는 갈망과 연결되어 있었다.


세라는 길거리 광고판이나 잡지에 나오는 이미지로부터 영향을 적게 받는다 해도 그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기준은 여전히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디어 이미지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은 그녀가 실물로 보는 '진짜' 여성들, 즉 포토샵을 거치지 않은 여성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최근에는 여성이 자신의 모습을 묘사해서 그려진 그림과 다른 사람이 그 여성의 모습을 묘사해서 그려진 그림을 비교하여 보여줬다. 여기에는 다정한 메시지가 있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 그러나 메시지가 다정하다고 해서 효과적이라 할 수는 없다.

<리얼 뷰티> 광고 캠페인에 숨어 있는 사명감은 참 기특하다. "여성들이 스스로에 대해 편하게 느끼게 하자. 아름다움이 자신감의 원천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캠페인은 여전히 아름다움과 행복을 연결 지으며 우리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덜 슬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접근법으로 여성이 자신을 정말로 아름답다고 느끼게 할 수 있냐는 것이다. 


대신 베스는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사회에 공헌하게 해주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굳이 외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덜 생각하라는 것이다.


나는 베스에게 그녀의 아버지가 여성과 아름다움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주었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외적인 아름다움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빠가 엄마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알았어요. 엄마는 옷을 찾거나 유행을 좇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거든요. 그런 엄마를 존중하는 태도나 엄마한테 외모의 기준을 내세우지 않는 모습에서 아버지가 외모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다시 말해 베스 아버지의 행동은 "당신은 아름다워요"라는 메시지보다 훨씬 강력했던 것이다.

베스는 여성들이 SNS 이미지를 포토샵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상의 자아를 관리하는 행동이죠. 가상의 자아를 이상적인 자아에 가까워지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포토샵하는 거겠죠. 하지만 저는 제 가상의 자아와 진짜 자아가 똑같았으면 좋겠어요."

"제 이상적인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사람이에요. 딸, 아내, 엄마, 또는 근로자로서 성실히 책임을 완수하는 사람이에요. 제 일을 잘하면서도 선을 위한 일들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중요한 것에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그리고 말했다. 베스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마치 자시늬 말에 마지막 도장을 찍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네, 중요한 것에요."


스키마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지식을 조직하고 구조화한다. 스키마는 어디에 주의를 쏟을지, 그리고 불안정하거나 모호한 정보를 어떻게 메울지를 도와준다. 만약 당신이 부정적인 자기 스키마를 가지고 있다면 친구에게 문자메시지의 답변을 못 받았을 경우, 그 친구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거나 당신에게 화가 났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좀 더 긍정적인 자기 스키마를 가졌다면 그 친구가 그저 바쁘거나 깜빡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스키마는 우리의 경험을 조직하고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다.


머리나의 다정하고 헌신적인 남편은 그녀의 노력을 지지한다. 머리나는 남편의 다정함을 '힐링'이라고 묘사했다. 뚱뚱한 엉덩이를 가지고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신체 사이즈와 가치 간의 연관성을 완전히 데어내 버리게 된다.


자기 연민은 심리학자들이 분노와 우울증의 치유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된다. 자기 연민은 자신이 결점과 불완전성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을 따스하게 친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 연민을 실천하는 여성은 몸의 다양성과 개성의 가치를 인정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평가에 기반을 두는 자존감과 달리 자기 연민은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조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직 실천만이 필요할 뿐이다.


네가 사랑스럽다는 걸 너도 알아야 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라지거나 죽게 되어 있지. 너도 예외는 아니야. 하지만 어떤 존재가 아름다운 이유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사랑하고 창조하기 때문이지. 왜 자신을 학대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니? 네 영혼을 담은 껍질을 스스로 너그럽게 바라보아야 다른 사람들도 너그럽게 볼 수 있겠지. 비판은 조금만. 좀 더 감싸 안으렴. 더 사랑하렴. 


"하루는 엄마와 제가 산을 오르고 있었어요. 그 산은 절대 걸어 올라ㄱ기에 쉬운 산이 아니었어요!" 콜린은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저는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 출신이에요. 거긴 진짜 언덕이 많은 고장이라고요!"

콜린은 말을 이었다. "엄마는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하지만 내 건강이 강아지와 함께 이 산을 걸어오르는 걸 허락한다면, 나는 그걸로 행복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산에 오를 수 없겠지. 걸음이 더 느려질 거야. 하지만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받아들일 거란다.'라고 하셨죠." 콜린은 미소 지었다. 

"안 좋은 날도 있냐고요? 실수도 하냐고요? 당연하죠. 미끄러지고 넘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두 가지 선택권이 있어요. 앞으로 나아갈 수도, 퇴보할 수도 있죠. 저는 앞으로 계속 나아갈 거예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아주광범위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 예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사람, 아픔을 치유해주는 사람, 두려움 없이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는 사람, 영감을 주고 예술을 창조해내는 사람,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 사람, 약자 대신 싸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여성의 외모 강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비판하고 그런 환경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대상화, 내면화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책에서 말하는 "보편적인 사회적 규범"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뜨끔했다. 나 역시 여성으로서 인터뷰이들이 이야기하는 경험들을 겪은 적이 있다.

직장 내에서 여성의 나이를 운운하며 "꺾이다"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남성들을 보며 정확한 반박은 물론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지도 못했다. 어쩌면 '반박하고 불쾌한 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 만들어진 구조적 환경을 비판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그런 인식을 농담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기저에 깔린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당장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성 스스로가 상처받지 않고 흔들리지 않게끔 단단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고, 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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