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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2. 취미생활/- 책

by 새치미밍 2019. 10. 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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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을 기울여 마지막 한 모금까지 알뜰히 마시는 것을 보았던지 박 여사가 내 잔에 커피를 더 부어주었다. 

"고맙습니다."

망설임 없이 빠르게 인사는 나갔지만 그것은 아팠을 때 얼결에 비명이 나오듯 거의 반사적인 말치레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커피는 처음 그 한 잔으로 족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원하지도 않는 친절을 베풀고는 돌려받은 보답의 양이 적다고 불평들을 해댄다. 


모든 삶은 길 위에 있다.

이 명제에 충실하기 위해 나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은 계획이나 목적 없이 훌쩍 떠나야 자유를 만끼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바보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얼마나 우스운 소리인가. 무계획이나 무목적 속에서 자유가 나온다는 발상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한 자들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앟는다. 나는 길을 향해 떠나기 전에 미래를 모두 계획한다. 그것이 길 위에 서서 뒤늦게 미래를 생각하는 보통의 사람들과 내가 다른 점이다.


나는 어떤 일이든 강한 집념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한번 마음먹은 일이라면 그것으로 파국을 맞을망정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그런 성격은 의외로 드물다. 모두 다음에 닥칠 기회를 행여 놓칠까 전전긍긍하며 망설인다. 매사에 흐리터분하고, 간단한 일조차 결단을 못 내리고, 늘 주저주저하며 뒤를 돌아보는 소심한 기회주의자들이 나는 싫다. 


할 수 있는 일은 이 비극이 황홀해지도록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듯이 황홀함에 대한 척도도 물론 다르다. 모두 자기 방식대로 내용을 완성하고 자기주장대로 형식을 이끌어간다. 평가는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는 신이 내린다 해도 절정을 느끼는 것은 삶의 주인공인 바로 우리다.





1992년에 발간된 책인데 세련되고 신선하다.


가정 내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죽지 못해 산다는 여성들은 폭력을 휘두른 후 약을 발라주거나 꽃을 선물하는 남성들의 모습에 희망을 가진다. 책에서는 이를 '환상'이라고 말하는데, 당대 최고의 남자배우 백승하는 여성들의 환상 그 자체로 표현된다. 주인공 강민주는 스스로를 신의 대리인으로 명하고, 그 '환상'을 납치 및 감금하여 이를 깨트리고자 한다. 


실수도 주저함도 없었던 주인공은 납치한 남자배우와의 교감을 시작하면서 흔들리게 된다.

이로 인해 주인공을 사랑하던 남자 황남기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연락하고 끈질기게 찾아오던 남자 김인수때문에 주인공의 계획은 실패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고 흐름을 따라가는 내내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인공은 사회가 주입한 사랑의 환상 속에서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이면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이 역시 사랑으로 포장한 김인수의 꺼림칙한 행동때문에 완수하지 못한 것 같아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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