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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시선으로부터,

2. 취미생활/- 책

by 새치미밍 2024. 6. 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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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직을 갖춘 사람이 오히려 드물다고 봅니다. 안쪽에 찌그러지고 뾰족한 철사가 있는 사람들, 배우자로든 비즈니스 파트너로든 아무데도 못 갖다 서요. 꼭 누군가를 해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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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은 렌즈가 하나 빠졌어. 세상을 우리처럼 못 봐요. 나를 해칠까 불안하지 않은 상대와 하는 안전한 섹스, 점점 좋아지는 섹스 정도가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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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똑똑해서 날고 긴다 해도, 다정하고 사려 깊은 성품을 타고났다 해도 우리가 보는 것을 못 봐요. 대화는 친구들이랑 합니다. 이해도 친구들이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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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그리고 규칙적인 근사한 섹스의 가치를 너무 박하게 평가하지 마세요. 스트레스 핸들링에 그만큼 도움되는 것도 잘 없습니다. 제법 괜찮은 섹스는 감은 눈에 존재하지 않는 색깔이 떠오르게 하니, 그림일기를 쓰고 싶어질지 몰라요.

 

 

해림이 가장 좋아하는 종류는 박새과였고, 다른 새들을 관찰하기도 좋다며 일 년 내내 회색 옷에 검은 캡모자를 썼다. 그러면 박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경아의 배우자 정보근은 곤충학자로 된장잠자리를 연구했다. 평범해 보이는 노란 잠자리인데, 칠천 킬로미터 넘게 이동하는 놀라운 생물이라며 몇 년 내내 이 나라 저 나라로 쫓아다니느라 바빴다. 

 

 

[보현행원품]의 다섯번째 대원이 수희공덕인 것에 대해 늘 감탄하게 된다. 풀어 쓰면 다른 사람이 이루는 공덕을 함께 따라 기뻐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질투 없는 마음이 또 있을까? 문화계에 몸담고 있다보면 어찌나 자주 질투에 빠지는지 모른다. 남의 작품의 빼어남을 탐내기도 하고, 인생의 곡절 없는 수월함을 시기하기도 하고...... 질투는 문화계를 움직이는 힘 중 하나겠지만, 많은 경우 독으로 작용하고 만다. 질투 없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비틀린 데 없이 환한 안쪽을 가진 이만이 가능한 경지, 범인은 끝내 다다르지 못할 경지일지 몰라도 목표로 삼으려 한다.

 

 

앞서 운전하는 차 범퍼에 '파라다이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Welcome to the Paradise' 스티커가 왕왕 붙어 있어 지수는 조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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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차선이 교차하는 사거리에 신호등이 없을 정도였다. 신호등이 없어도 교통량이 적고 서로서로 양보할 테니 문제없으리란 확신이 엿보였다. 한번은 지수가 양보하자 양보받은 차 창문에서 손이 쓰윽 나와, 흉내낼 수 없는 그루브의 손짓으로 감사 인사를 해 왔다.

 

 

"그렇게 말하지 마. 네가 열려 있는 사람이라 변호에도 적극적인 거겠지. 나, 너 처음 봤을 때부터 확 느꼈는데. 열려 있는 사람이란거. 튼튼하게 활짝 열리는 창문이나 공기가 잘 통하는 집처럼."

그래서 친해지고 싶었다고 체이스가 말했으므로 지수는 자신에게 잠시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자기 자식이 어떤 성품인지 다 아실 테니 재능의 있고 없고를 떠나,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해칠 것 같습니까? 즐겁게 그리고 쓰고 노래하고 춤추는지, 하지 않으면 괴로워서 하는지 관찰하십시오. 특히 후자라면 더더욱 인생의 경로를 대신 그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런 아이들을 움직이는 엔진은 다른 사람이 조작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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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결국 다른 사람입니다. 세상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걷어내주시기야 해야겠지만, 가능성이 조금 번쩍대다 마는지 오래 타는지 저가 알아서 확인하도록 두십시오.

 

 


 

 

읽을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어렸을 때 책 읽는 걸 워낙 좋아해서 친구들 집에 가는 이유가 새로운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 동안 책을 읽지 않았는데 추천 목록이 꽤 많아져서 곧바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개중 첫 번째로 읽은 책이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이다. 

 

심시선 씨가 주인공이지만 그 가족들의 시선으로 그녀의 삶을 되돌아 보는 구조가 새로웠다.

 

페미니즘이 묻어나는 책. 으로만 단정짓기엔 부담스럽지 않은 스토리 전개와 사회의 왜곡된 인식, 창작과 자기 파괴 사이에서 예술가 뿐만 아니라 누구나 겪고 있을 지 모르는 정신적인 압박감, 너무 당연한 것이라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자본주의의 이면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특히 '가족'과 심시선 씨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

배우자로서, 자식으로서, 형제로서, 부모로서, 그리고 나로서 

그들이 살아 가는 데 있어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필요할 때 양분이 되는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을 머금은 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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